원위취혈 많이 사용하시죠? 저는 두통 환자분들께 합곡, 열결, 태충 혈자리를 종종 사용하는데요. 실제로 한의표준임상진료지침에서도 긴장성 두통에 다양한 두경부 외 혈자리를 권고하고 있답니다. 아시혈도 아니고, 척수분절도 아니고, 어떻게 진통 효과가 날까요? 환자분들도 제일 궁금해하는 원위취혈. 현재까지의 침치료 연구를 통해 설명해볼게요.

침 자극은 중뇌의 수도관주위회색질(PAG)로 전달되는데요. PAG는 침 자극에 반응해 척수후각에서 진통물질인 엔케팔린, GABA, 세로토닌, 노르아드레날린을 방출시켜 통증을 감소시킵니다. 이를 ‘긴고리 반사’(Long loop reflex)라고 불러요.

그런데 지난 레터에서 관문조절설을 소개하면서, 침을 놓은 부위에 해당하는 분절의 척수후각에서 진통물질이 분비된다고 했죠. ‘긴고리 반사’는 모든 척수 분절에 진통 작용을 한다는 점이 다릅니다. 전신에 작용하는 셈인데요, 그렇기에 앞서 소개한 진통효과들을 강화해주는 역할도 합니다. 참고로, ‘긴고리 반사’는 침 자극이 최소 10분 이상 지속되어야 활성화된다고 해요.

침치료가 중뇌에서 베타엔도르핀을 비롯한 내인성 오피오이드를 방출한다는 연구들도 있습니다. 내인성 오피오이드는 진통 효과를 내는 것으로 알려졌어요. 손발에 자침했는데 두통이 나아지는 이유, 이제 설명할 수 있겠죠?😊

우리가 멍때릴 때, 뇌에서는 내정상태회로(DMN)가 활성화되는데요. DMN은 만성통증과도 연관되어 있다고 알려졌습니다. Dhond 등은 침치료가 sham침(플라세보)에 비해 DMN 기능을 향상시켰다고 밝히는 등 침치료와 만성통증의 관계가 주목을 받고 있어요.

뇌영상을 활용하여 침치료 효과를 규명한 논문은 국내에서도 크게 화제가 된 적이 있습니다. 2017년 한의학연구원과 하버드 의대 공동 연구인데요. 손목터널증후군 환자들에게 근위부, 원위부(반대측 하지부에 자침), 가짜침치료(플라세보)를 각각 시행하고 fMRI와 DTI 뇌영상 촬영, 신경전도 검사, 증상 예후를 살핀 연구입니다.

연구 결과, 치료 효과가 장기적으로 유지된 근위부, 원위부 치료군과 달리 가짜침치료군은 장기적으로 치료효과가 떨어졌는데요. 정중신경 전도검사 결과는 근위부, 원위부 치료군에서만 호전되었고, 뇌영상 결과도 근위부, 원위부 치료군에서만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습니다.

2020년에는 만성요통에 대해서도 공동연구가 발표되었는데요. 진짜침 치료군에서만 유의미한 통증 완화 효과와 영상 검사 상 뇌구조 변화가 있었습니다. 진짜침이 가짜침과 달리 유의하다는 사실은 한의사라면 모두 공감하시죠? 그런데 원위침치료 효과가 근위침치료 효과와 대등했다는 연구결과가 흥미롭지 않나요?😊

Rewiring the primary somatosensory cortex in carpal tunnel syndrome with acupuncture. Brain. 2017 Apr 1;140(4):914-927. doi: 10.1093/brain/awx015. PMID: 28334999; PMCID: PMC5837382.(원문링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