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아이들처럼 침을 많이 아파하는 환자들한테는 깊게 자침하는 게 어려울 때가 많은데요. ‘아프지 않게 치료할게요’라고 설명하면서 깊게 자침하는 대신 얕게 침을 놓곤했어요.
간신히 피부층만 뚫은 침이 아슬아슬 흔들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환자에게 최선의 치료를 해주지 못한 같은 아쉬움, 이렇게 놓은 침이 효과가 충분히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들곤 했답니다.😢 이렇게 침을 얕게 놓더라도 치료효과가 있을까요? 오늘은 천침치료(superficial acupuncture)에 대해 알아볼게요.
천침 치료는 피부층만 자극해요😮
천침 치료시 자침 깊이는 보통 2~4mm 정도로 이루어지며, 침관을 통해 침을 두드리는 정도로만 자입하는게 보통이에요. 이처럼 천침치료는 근막이나 근육에 닿지 않기에 피부와 근육분절을 모두 자극하는 심부 자침 치료에 비해 자극량이 적을 것으로 생각되는데요.
지난 뉴스레터에서 살펴봤듯 많은 연구들이 천침치료가 심부자침치료 대비 치료효과가 약했고 자침부위 혈류 증가효과도 적었다고 결론지었어요. 연구 저자들은 침 치료의 진통 효과를 위해 심부자침치료를 통한 근육 자극이 중요하다고 결론 내렸어요.
피부에 침을 놓았는데.. 근육 압통이 사라졌다😮
그러나 많은 서양의 침치료 의사들은 1970년대 부터 이미 근막유발점 치료에 천침치료를 사용해왔어요. 이들은 근골격계 질환에서 압통점을 특정하고, 압통점 부위을 덮고 있는 피부층에 얕게 침치료를 하면, 압통이 감소했음을 보고했어요.
천침치료도 충분히 치료 효과가 있다😀
2018년 Wang CC 등은 상부승모근의 근막통증을 호소하는 환자 40명을 대상으로한 RCT연구를 통해 일반적인 침치료와 천침치료의 효과가 동등하다고 밝혔어요.
연구 방법을 살펴보면, 천침치료는 0.2mm 직경에 2.5mm 길이 이침(ear acuouncture)을 근막유발점(을 덮고 있는 피부)에 자침하고, 일반 침치료는 0.3mm 직경에 40mm 길이 침을 근막유발점에 1cm 깊이로 자침하고 제삽하여 연축반응(twitch response)을 유발했어요. 4주 치료 기간 이후 두 방법 모두 환자의 통증을 감소시켰어요. (원문보기)
심부자침이 더 효과가 큰 것은 사실🤓
Griswold D 등의 체계적문헌고찰 연구에서는 12건의 논문을 선정해 척추질환 통증에 대한 천침과 심부자침의 효과를 비교했어요. 연구결과, 천침과 심부자침은 모두 통증 점수에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변화를 보였지만 심부자침의 효과가 더 높게 나타났어요.
이 연구에는 흥미로운 점이 있어요. 12편 논문 중 5편에서 치료 직후 통증에 즉각적 효과를 보였는데요. 그 중 2편에서는 천침이 더 효과적이었어요. 나머지 3편에서는 천침과 심부자침의 차이가 없었답니다. (원문보기)
천침에 대한 가설, ‘회피반사’😖
어떻게 피부에 놓은 침이 근육이나 인대의 압통을 줄일까요? 현재까지 명확하게 밝혀진 기전은 없어요. 다만 연구자들은 ‘굴곡근의 회피반사’(withdrawal reflex)를 가설로 제시하고 있어요.
피부에 자극을 주면 침이 놓인 바로 아래 부위 근육 긴장 반응에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바늘로 자극된 신체부위를 회피시켜 탈출하도록’하는 방식이라고요. 우리가 가끔씩 침에 찔리면 팔을 확 움츠리는 것과 비슷한 원리에요. 심부 자침을 통해 근육을 직접 자극하는 만큼은 아니지만, 천침 역시 간접적으로 근육에 자극을 유발한다고 볼 수도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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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의 과학적 접근의 이해. 2021. Adrian White 저 / 이승훈 역. 한미의학 (책 정보) |